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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임금-물가 악순환' 징후 없어…현재 노동시장 구조 1970년대와 달라

출처 · 호주나라hojuhoju· 155 조회

호주중앙은행(RBA)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이언 로스 박사가 멜버른 대학교 고용·노동관계법 센터에서 강연을 통해, 호주 경제에서 이른바 '임금-물가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밝혔다.

임금-물가 악순환이란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고, 높아진 임금이 다시 기업 비용을 끌어올려 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연쇄 구조를 말한다. 2021년 중반 이후 호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부 언론과 시장 전문가들은 1970년대식 임금-물가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로스 위원은 이러한 우려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임금 상승의 위협은 2021년 중반 이후 금융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 주제"라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임금-물가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최근 데이터도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로스 위원은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전 위원장이자 연방법원 및 빅토리아주 대법원 전 판사, 호주노동조합협의회(ACTU) 전 사무차장 출신으로, RBA 9인 통화정책위원회 내에서 호주 노동시장과 임금 결정 제도에 관해 가장 풍부한 실무 경험을 보유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70년대와 현재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호주 경제는 오일쇼크와 대규모 임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급격한 물가-임금 상승 사이클을 경험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노동시장 구조, 금융 시스템, 크게 약화된 노동조합 운동,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강화된 제재, 그리고 산업 구조 전반이 50년 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특히 로스 위원은 과거 '비교 임금 정의(comparative wage justice)' 원칙이 임금 인상을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칙은 고용주나 산업의 지불 능력과 무관하게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한 부문의 임금 인상이 다른 부문으로 연쇄적으로 퍼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당시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임금을 3개월마다 연동하는 관행이 있어, 물가와 임금이 빠른 속도로 서로를 끌어올리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됐다.

반면 현재의 기업별 단체교섭 체계는 이러한 확산을 억제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고 로스 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기업별 교섭 체계는 사실상 충격 흡수 장치로 기능하며, 기업 협약의 명목 만료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 임금 정의 원칙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광범위한 역할을 하지 않으며, 분기별 물가 연동 방식도 현행 제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낙관적 분석과는 별개로, RBA는 다음 주 금리 결정이라는 중요한 고비를 앞두고 있다. 4대 주요 은행과 머니마켓 트레이더 대다수는 RBA가 다음 주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호주의 물가와 경제 활동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비슷한 경제 여건의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RBA 총재 미셸 불록도 로스 위원의 강연 몇 시간 전 시드니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현재 호주 노동시장이 여전히 다소 과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불록 총재는 "실업률이 4.5~5% 수준에 도달해야 노동시장의 열기가 충분히 식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임금과 기업 비용, 그리고 전반적인 물가에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RBA 통화정책위원회는 2025년 초 새로운 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이후 12차례 회의 중 9명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세 차례 있었으며, 그 중 두 번이 올해 발생했다. 다음 주 회의에서도 위원들 간 의견 차이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로스 위원의 이번 발언은 임금 급등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호주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공식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RBA의 금리 결정은 임금 동향뿐 아니라 물가, 고용, 글로벌 경제 흐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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