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관광객들, 빅토리아주 '핑크 클리프' 훼손 논란

빅토리아주 중부 히스코트(Heathcote)에 위치한 핑크 클리프(Pink Cliffs)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알려지면서 방문객 급증에 따른 지형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이 독특한 분홍빛 절벽 지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으며, 최근 게시물 중 일부는 조회수 10만 회를 넘어섰다.
핑크 클리프는 19세기 골드러시 시대에 광부들이 고압 수류를 이용해 대량의 흙과 암석을 씻어내는 방식으로 금을 채굴하면서 형성된 지형이다. 이 과정에서 지표 아래 지층이 드러나 오늘날 볼 수 있는 독특한 협곡과 절벽 구조가 만들어졌다. 지질학자 클라이브 윌먼(Clive Willman)은 이 지형이 시각적으로는 장관을 이루지만, 실제로는 골드러시가 남긴 심각한 환경 파괴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놀라운 달 표면 같은 풍경을 보지만, 사실 이곳은 황폐화된 땅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완벽한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이 지정된 탐방로와 안전 울타리를 무시하고 절벽 위로 올라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파크스 빅토리아(Parks Victoria)의 레인저 피터 배로우(Peter Barrow)는 "소셜미디어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탐방로 이탈 경향을 더욱 부각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문객들이 보호구역을 자유롭게 탐방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 지역의 독특한 지질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지정 탐방로와 울타리 안쪽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핑크 클리프의 노출된 지층은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 침식이 가속화될 수 있어 매우 취약한 상태다. 배로우 레인저는 "지금 세대에는 큰 영향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다음 세대는 이 독특한 지질 구조를 볼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사람이 절벽에 올라가는 행동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누적 피해가 상당해진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대학교 방문객 경제학부의 나오미 데일(Naomi Dale)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관광지에서의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정 장소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출입 금지 표지판이 있어도 '나만 빠지면 안 된다'는 심리, 즉 FOMO(Fear of Missing Out·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문객들이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크스 빅토리아는 지난 1년 사이 보호구역 내 안내 표지판을 교체했다. 배로우 레인저는 지형을 보호하는 것과 방문객들이 표지판에 둘러싸이지 않고 자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국은 방문객들이 핑크 클리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되, 지정된 탐방로와 안전 울타리를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