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라 건설사 붕괴 사태로 주택 구매자들 불면증·우울증 호소

시드니 기반 부동산 개발업체 배틀라(Bathla)가 지난 8월 약 34억 달러의 부채를 남기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울런공 일대에서 아파트와 타운하우스를 분양받은 수많은 구매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완공을 기다리며 가족 집에 얹혀사는 이들부터, 이미 입주했지만 수십 가지 하자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까지, 피해 양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정신적·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같다.
켐블라 그레인지(Kembla Grange)에 위치한 '더 생추어리(The Sanctuary)' 개발 단지는 108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배틀라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완공이 예정돼 있었다. 72세의 A씨는 2025년 이 단지에 계약금을 납부하고 크리스마스 전 입주를 기대했지만, 완공 예정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딸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A씨는 기존에 살던 가족 주택을 팔고 가구를 창고에 맡긴 채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A씨의 딸 B씨는 "어머니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노숙자가 됐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에서 아파트를 기다리는 또 다른 구매자 C씨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C씨는 남편과 아버지를 1년 사이에 잇달아 잃은 뒤 새 출발을 기대하며 이 아파트를 계약했다. 특히 이달 양쪽 무릎 수술을 받은 C씨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구조의 새 아파트에서 회복할 계획이었지만, 현실은 15개 계단을 올라야 하는 원룸 임대 주택에서 재활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C씨는 "한 방에 갇혀 밖에도 나가지 못하니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이 단지는 현재 98% 완공 상태이지만, 이달 들어 건축 감독관이 심각한 하자를 이유로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입주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한편 켐블라 그레인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본데일(Avondale) 지역의 타운하우스 단지 '아보카 파크(Avoca Park)'에서는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92세대 규모의 이 단지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한 D씨는 예정보다 수개월 늦은 7월에야 입주했지만, 집 안 곳곳에서 하자가 발견됐다. 건물 점검 보고서에는 연기 감지기 누락, 포장도로 균열, 욕실 타일 줄눈 미시공 등 약 100가지에 달하는 결함이 기록됐다. D씨는 "보고서에는 공사 품질이 불량하고 완공 기준에 미달한다는 내용이 페이지마다 가득했다"며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고, 희망도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단지 내 여러 세대는 여전히 비어 있거나 미완성 상태이며, 현관 처마에는 전선이 그대로 노출된 채 조명이 매달려 있고, 배터리가 방전된 화재 경보기 소리가 골목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배틀라 직원들이 초기에는 일부 하자를 보수해 줬지만, 법정관리 이후 연락이 끊겼다. 주 전역에서 배틀라 직원의 약 60%가 해고된 상황이다. 이 단지의 대출 기관인 크레딧 커넥트 그룹(Credit Connect Group)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NSW 건축위원회(Building Commission NSW) 대변인은 피해를 입은 구매자와 계약자들이 법정관리인인 테네오(Teneo)에 연락해 추가 안내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또한 위원회는 피해 고객들에게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조치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켐블라 그레인지 단지 구매자들에게는 이달 들어 다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단지의 대출 기관인 발메인(Balmain)이 수신인 대리인을 선임하고 자체 예비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완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발메인의 앤드루 그리핀(Andrew Griffin)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완공할 것"이라며 사용 금지 명령에 따른 하자 보수 작업도 병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 소식을 들은 B씨는 "부모님에게 터널 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배틀라의 법정관리 사태는 45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미완성 상태로 남겨두며 수많은 구매자들의 삶을 뒤흔들었다. 완공을 기다리는 이들과 하자 투성이 집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