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 유발 논란 허브 성분 감기 보조제, 리콜 절차 돌입

호주 치료용품청(TGA)이 감기와 독감 보조제에 널리 사용돼 온 허브 성분 '안드로그라피스 파니쿨라타(Andrographis paniculata)'를 저위험 성분 허용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 성분이 포함된 수십 종의 보조제가 아나필락시스를 비롯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면서 내려진 조치다.
안드로그라피스는 '쓴맛의 왕(King of Bitters)'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인도와 중국의 전통 의학에서 감기, 독감, 면역력 강화 목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호주에서는 약국과 건강식품 매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십 종의 보조제에 핵심 성분으로 포함돼 있었다.
TGA는 현재까지 안드로그라피스가 포함된 90개 의약품에 대해 총 1,468건의 부작용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보고된 부작용의 유형은 아나필락시스(급성 과민반응)부터 신경계 및 면역계 장애, 두드러기 등 다양하다. TGA는 이 성분과 관련된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예측 불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 사용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TGA는 제조사들에게 자발적 리콜, 생산 중단, 호주 치료용품 등록부(ARTG) 등록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만약 10월 중순까지 자발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TGA는 강제 리콜 또는 ARTG 등록 취소 등 추가 행정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안드로그라피스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하나인 바이오슈티컬스(BioCeuticals)는 아마포스(ArmaForce) 30정, 60정, 120정 제품과 '바이오슈티컬스 클리니컬 이뮨 포스' 등이 해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미 해당 제품의 재고 출하를 중단했고, TGA와 협력해 자발적 시장 철수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웨스턴시드니대학교 면역학·알레르기학 교수인 코니 카텔라리스(Connie Katelaris)는 이번 TGA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안드로그라피스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며 TGA에 규제 강화를 촉구해 온 인물이다. 카텔라리스 교수는 "수천 건의 부작용 보고가 있었던 만큼 이번 발표는 올바른 결정"이라며 "TGA가 공중 보건 보호를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면역 반응을 '부스팅'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대부분의 경미한 호흡기 질환은 별다른 보조제 없이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있다. 안드로그라피스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경험한 수백 명 중 한 명인 카르멘 웰스(Carmen Wells)씨는 약물 유발 자가면역 간염 진단을 받았으며, 담당 의사들은 이를 해당 보조제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웰스씨는 "이번 결정은 큰 진전이며, 당국이 사람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미 매장 선반에 올라와 있는 제품들에 대해 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보완의약품 업계 단체인 컴플리멘터리 메디신스 오스트레일리아(CMA)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해당 제품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CMA는 "모든 부작용은 중요하지만, 모든 의약품에는 위험이 따르며 중요한 것은 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라고 주장했다.
TGA는 앞서 2019년부터 안드로그라피스 성분이 포함된 제품에 경고 라벨 부착을 의무화한 바 있으며, 이번 조치는 그에 이은 추가 규제 강화 조치다. 안드로그라피스는 앞으로도 TGA가 안전성, 품질, 효과를 직접 평가하는 '등록 의약품'에는 계속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별도의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 보조제에는 더 이상 포함될 수 없게 된다. 소매업체들도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제조사와 협력해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TGA는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