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출신 의사들, 호주 농촌 GP 부족 문제 해소에 핵심 역할

시드니 남쪽 NSW 남부 고원지대에 위치한 소도시 번다눈(Bundanoon). 인구 약 3,000명의 이 작은 마을에 자리한 'The Practice Bundanoon'은 분홍빛 스크럽과 카우보이 모자 장식으로 눈길을 끄는 독특한 분위기의 GP 클리닉이다. 하지만 이 클리닉에서 진정으로 눈에 띄는 것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다섯 명의 GP 중 네 명이 해외 출신 의사라는 사실이다.
클리닉 공동 원장인 에리엘 터너(Aarielle Turner) 박사는 이 시설에서 유일한 호주 태생 GP다. 그는 해외 출신 의사들을 채용한 덕분에 클리닉이 신규 환자를 계속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희 채용 과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호주 의대 졸업생들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지원자 대부분은 해외에서 훈련받았거나, 이미 호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해외 자격증을 보유한 의사들이라는 설명이다.
해외 의대 출신인 틸리니 위자야루파(Thilini Wijayarupa) 박사는 호주에서 약 600곳에 지원한 끝에 올해 1월 번다눈 클리닉에 자리를 얻었다. 그의 남편 셰이를 페르난도(Sheirl Fernando) 박사도 같은 시기에 채용됐지만, 등록 처리 대기로 인해 실제 진료는 6월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호주 의료 시스템에 편입되기 위해 광범위한 시험과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위자야루파 박사는 "이곳에서 의사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뿌리를 잊지 않겠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부는 현재 터너 박사와 공동 원장이자 등록 간호사인 제시 스미스(Jessie Smith)의 후원으로 영주권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클리닉 측에 따르면 지원자 한 명당 후원 비용은 최대 1만 2,000달러에 달하며, 수주에 걸친 서류 작업도 수반된다. 또한 해외 의사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호주 의료인 규제 기관(AHPRA)과 호주 의학위원회(Medical Board of Australia) 등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하며, 전체 과정이 완료되기까지 12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고 터너 박사는 설명했다.
호주 농촌의사협회(Rural Doctors' Association of Australia) 전 회장 로버트 르반도프스키(Robert Lewandowski)는 해외 의사 채용 과정을 "매우 힘든 절차"라고 표현했다. 그는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졸업생을 채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자원, 시간, 에너지, 자금이 부족한 클리닉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든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고도 3개월, 6개월, 심지어 9개월 후에야 답변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절차의 간소화와 처리 기한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통계학자 사이먼 퀴스텐마허(Simon Kuestenmacher)는 현재 호주에서 근무하는 GP의 59%가 이민자 출신이며, 지방 및 농촌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높다고 밝혔다. 그는 "GP는 우리가 이민자에게 매우 크게 의존하는 직종의 한 예에 불과하다"며 노인 돌봄과 트럭 운전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2028년 연방 선거를 앞두고 이민 감축 논의가 주로 주택 가격 압박 완화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민 비자를 줄이는 것이 인기 있는 정책처럼 들릴 수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실제로 이민 문제는 2028년 연방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25 회계연도에 호주는 30만 6,000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으며, 이 중 8만 6,200명이 임시 및 영구 숙련 노동자 비자 소지자였다. 연방 정부는 지난주 순 해외 이민자 수를 2028년까지 현재의 30만 6,000명에서 22만 5,0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 네이션(One Nation)은 3년간 75만 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연립 야당도 15만~17만 명 수준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에 대해 터너 박사는 "숙련 이민자들이 호주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저희는 다른 누군가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생긴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채용한 해외 의사들에 대해 "자격, 성격 모든 면에서 호주 출신인지 해외 출신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했더라도 똑같은 사람들을 다시 뽑았을 것"이라며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의 반응도 따뜻하다. 터너 박사가 지난 6월 이란 출신 신규 GP를 위한 가구 및 생활용품 기증을 요청하자,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클리닉 휴게실이 기증된 가정용품과 의류, 식품 상품권으로 가득 찼다. 번다눈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이웃을 환영하는 방식으로 의료 공백 해소에 함께 동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