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리니지 프리서버 조조서버18일오픈 남자가
페이지 정보
본문
▶리니지 조조서버▶ 조조서버
11월 18일 금요일 저녁 8시 23차 오픈
많고 많은 서버중 추천합니다 이세상 단하나뿐인 시스템
엄청난 이벤트의 서버
그러면서 놀자가 아닌서버
모두 모여요
11월 18일 금요일 저녁 8시 23차 오픈
http://335jojo.blogspot.kr/
http://zizida21.blogspot.com
♥리니지 조조서버♥
마른 폐허의 벽을 마법의 빛이 비추고 있었다.
바닥도 벽도 모두가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폐허에 주인이
있었을 때에는 표면이 거울처럼 잘 닦여있고 중후한 광택을 내고 있었을 것
이다.
그러나 오 백년 남짓한 세월에 깎이어, 이제 더 이상 그 빛은 존재하지
않았다.
풍화가 계속되고 있는 벽에 새겨진 마법문자(룬)를 한 젊은 마술사가 열
심히 베끼고 있었다.
폴테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젊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열심히 베
끼고 있는 문자는 분명히 상위고대어(하이 에이션트)였지만, 마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해독하면 무엇이 적혀있는지는 알아낼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마술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폴테스는 필요 없는데 시간을 들였다고 투덜댔지만, 오판 마술사 길드를
창조한 현자 '위대한' 카웨스는 이러한 문자의 수집과 해독을 장려하고 있
다. 그러나 그 카웨스는 지금 병에 걸려있다. 마술사 길드의 실질적인 우두
머리는 바로 폴테스 그일 터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째서 그 계집년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거지."
폴테스는 젊은이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얼굴은 흉하
게 일그러져 있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자 폐허 안의 먼지로 가득한 공기가 목에 달라 붙었다.
입 안도 모래로 껄끔거리는 것 같았다.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이고 싶은 기
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가죽 맛이 스며든 미적지근한 물
뿐이다.
폴테스는 모래 먼지가 수북히 쌓인 바닥에 침을 뱉었다.
말로하진 않았지만, 카웨스는 그 여성마술사에게 다음 최고 도사의 명예
를 물려주고 싶은 게 틀림없다.
아직 폴테스의 반 만큼도 살지 않은 '마녀' 라벨나 루셴에게...
애당초 이 조사행에 나서게 된 것도 그 마녀 탓인 것이다.
오판왕 리졀의 명령에 의해 라벨나가 행한 아레크라스트 대륙을 일주하는
탐색행. 그녀는 그 탐색행 중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몇 갠가의 고대
왕국 시대의 유적을 발견해냈다.
먼 곳에 있는 유적에 조사대를 보낼 여유는 없다.
그러나 카웨스가 오판 근처의 유적 정도는 오판 마술사 길드의 손으로 조
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고대왕국의 유적에는 막대한 가치의 재보가 잠들어 있다. 이 재보를 목적
으로 모험자라고 불리는 자들이 이 아레크라스트 대륙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잠들어 있는 것은 재보뿐만이 아니다. 고대왕국 시대에 번영했던 위
대한 마법문명의 유산도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은 실전(失傳)된 강력한 주문서나, 이제는 만들어 낼 수조차 없는 위
대한 마법 아이템 등은 마술사 길드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다. 모험자
들이 가지고 돌아온 이들 물품들에 높은 가격을 매겨서 파는 것도 진기한
일이 아니다. 모험자 상점의 입장에서 마술사 길드는 돈 많은 호사가나 국
왕과 견줄만한 단골손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폴테스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대가 파견되어 라벨나가 발견
한 유적들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어떠한 정령력도 움직
이지 않는 저주받은 대지 '무(無)의 사막'의 서쪽에 위치하는 이 유적이 조
사행의 마지막에 해당된다.
그러나 아직 대단한 수확은 얻지 못했다.
어느 유적이나 이미 모험자들에게 다 털린 뒤였다. 그리고 이 유적에도
사람이 들어온 흔적이 있다. 값나가는 보물이나 마력을 두른 물건들은 거의
다 털렸고, 남겨져 있는 것은 힘들게 운반할 의미가 없는 조각품이나 이미
부서져 버린 마법장치 뿐이었다.
열 명이 넘는 마술사들이 귀중한 연구 시간을 할애해서 천박한 모험자나
하는 탐색을 계속해 왔는데 그것이 헛수고로 끝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폴테스는 책임 추궁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 조사행이 자신을 실추시키기 위해서 짜여진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그가 오판을 비우고 있는 사이에 최고도사 자리의 승계 절차
가 행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본심을 말하자면 즉시 조사행을 끝내고 오판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였
다.
그러나 조금 전에 한 마술사가 유적의 가장 안쪽 방에서 엄중히 위장되어
있던 비밀 문을 발견해 내었다.
지금은 돈으로 고용한 도적이 덫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언 록 주문을 사용하면 문을 열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덫이 발동
해서 부상자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게되면 정말로 폴테스의 책
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히 조사하라고 도적에게 명령해 두었다.
비밀문의 건너편에 있는 것이 봉인된 고대의 가디언이 아니길 하고 빌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폴테스도 마술사 길드의 도사이고, 고위 마술사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의 강력한 공격 주문도 알고 있다. 그러나 태어나서부터 모험과는 인연
이 없었기 때문에 엄중한 마법 방어막이 쳐진 실험실 이외에서 그런 금단의
주문을 사용한 적은 없다.
만약 전투가 벌어졌을 때, 주문을 만족하게 욀 수 있을지 불안했다. 전투
에 익숙한 용병들을 몇 명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때 회색 로브를 걸친 한 마술사가 황급히 폴테스가 있는 방안
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들뜬 목소리로 폴테스의 이름을 불렀다.
폴테스가 "뭐야."라며 의젓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술사의 표정이 밝았
기 때문에 마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비밀 문 건너편에 있는 것은 고대왕국의 서고입니다. 몇백 권이 넘는 고
대서가 완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폴테스님께서 친히 살펴보아 주
십시요."
낭보였다.
폴테스도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회색 로브의 마
술사를 따라서 유적 안쪽으로 걸어갔다.
유적에서 가장 안쪽의 방은 대충 보았을 때, 이 유적이 저택으로 쓰였을
때에는 주인이 살고 있던 방 같았다.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긴 했지만 다른
방보다 훨씬 호화스러운 가구가 놓여져 있었다.
방 안 쪽의 벽에 쩍하고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몇 명의 마술사가
흥미 깊은 듯이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폴테스의 모습을 보자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 고위 도사를 위해 길을 열어주었다.
폴테스는 비밀 문을 빠져 나가 고대의 서고(書庫)로 들어갔다. 한 마술사
가환희에 찬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뽐내는 듯이 팔을 벌려 방안에
놓여져 있는 책장과 그곳에 꽂혀져 있는 수백 권이 넘는 고대서를 가리켰
다.
폴테스는 신음성을 발하며 가까운 곳에 있는 고대서부터 시작해 제목을
살펴나갔다. 그리고 타이틀에 흥미를 느낀 책을 뽑아 훌훌 책장을 넘겼다.
"이 정도의 고대서를 모두 조사하는 일은 상당히 큰 일이겠군요."
그 말에 폴테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판 마술사 길드의 전력을 들여서 해독해야할 것이다. 젊은 마술사들에
게는 좋은 공부가 되겠지."
그 때 갑자기 폴테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멍하니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숨쉬는 것마저도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커다랗게 뜨여진 두 눈이 한 고대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그러나 폴테스는 대답하려고도 하지 않고,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그리고 한 고대서를 집어들었다.
"이것은..."
폴테스는 마른 침을 삼키며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몇 번이나 눈
을 깜박거려 보았다.
폴테스는 고대서의 표지를 보고 옆면에 쓰여져 있는 제목과 같은지 확인
해 보았다.
이상 없었다.
신중히 책장을 넘겨 난해한 상위고대어의 문장을 쓱 훑어나갔다. 그곳에
는 그가 기대한 대로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틀림없어. 틀림없다구."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그렇게
되풀이했다.
오십 년이 넘는 그의 생애 속에서 전혀 느껴본 적이 없는 새로운 흥분이
그의 온몸을, 아니 혼까지 뒤덮었다.
폴테스는 책을 펼쳤을 때보다 더 신중하게 책을 덮었다. 그리고 가죽 표
지에금박을 입힌 책의 제목에 또다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제목도 상위고대어로 쓰여져 있었다. 그러나 수업을 쌓은 마술사라
면 간단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문자가 '마력탑 건조(建造)의 서'라는 의미라는 것을...
-SORIEL
번 호 : 8062
게시자 : 최종근 (SORIEL )
등록일 : 1998-03-02 21:47
제 목 : 검국의 마법전사(2)
검국(劍國)의 마법전사
제 1장 마녀의 제자
1
판의 거리는 언제나 활기로 흘러 넘치고 있다.
나날이 그 모습을 바꾸어 나가는 신비한 활기다. 혼돈스런 활기라고 음유
시인들은 노래하고 있다.
아레크라스트 대륙에서도 가장 새로운 왕국의 수도인 만큼 아직 발전도상
에 놓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왕국의 이름은 오판.
드래곤 슬레이어의 영웅 리졀의 손에 의해서 20여년 정도 전에 건국된 왕
국이다.
건국 당시, 장년이었던 이 초대 오판 왕은 이미 초로의 나이가 되어 있었
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세월은 사람이 늙어가는 데에는 충분해도 나라나 도시
를 성숙시키는 데에는 너무 짧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레크라스트 대륙의 배꼽, 중원지방에 위치하는 대국의 하나로써 근처
나라들뿐만 아니라, 먼 극동에 위치하는 나라들에까지 그 이름을 떨치고 있
지만, 오판은 아직 신흥 왕국에 불과하다.
'왕국은 3대째 왕의 즉위부터 안정을 이루고, 8대째 왕의 붕어에 의해 혼
란에 빠진다.'라고 어떤 현자는 적고 있다. 사실 3대 왕의 즉위보다 먼저
외적에게 멸망당하는 신흥국도 많고, 9대 왕의즉위 후에 내란으로 붕괴한
대국도 적지 않다.
그리고 판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왕국의 미래에 불안 같은 마음은 갖
고 있지 않다. 그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들의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보통 때는 그것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술 때문에 주머니 사정
이 좋지 않게 되든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채이거나 하지 않으면.
그리고 판에는 실로 다양한 삶이 있다.
예를 들면, 위험을 돈으로 바꿔서 생활하고 있는 색다른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고대왕국시대의 유적을 탐험하거나, 힘없는 사람들에
게서 의뢰 받은 일을 해결해 그 보수를 받거나.
그들은 모험자라고 불리고 있다.
판의 중심에서 남쪽으로 조금 벗어난 곳에 그 초라한 가게가 있었다.
양쪽으로 밀어젖히는 문의 왼쪽 위에 '유니콘의 뿔정(亭)'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걸려있다.
얼핏 잡화점으로도 보이지만, 진열돼 있는 품물은 낯선 것들뿐. 술병이
늘어서 있고 테이블이나 카운터도 준비되어 있지만, 술집 같은 인상도 주지
않는다.
마침 지금은 점심시간이므로 술집이라면 손님들이 이보다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게 안에 있는 것은 막 들어온 네 명의 젊은 남녀들 뿐.
남자 한 명에 여자 세 명.
네 명 모두 각기 다른 무기를 가지고, 갑옷도 걸치고 있다.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이런 복장으로 마을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한정되어 있다. 왕국의 기사나 병사, 용병 지원의 전사.
그리고 모험자다.
네 명 중에는 마술사나 도적 풍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자도 있으므로 아
마 모험자일 것이다.
손님이 모험자라면 이 가게가 무엇인지 쉽게 상상이 간다.
'모험자 가게'이다.
모험자를 상대로 한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색다른 가게이다. 그러나 그
가게에서 행해지는 거래는 때때로 막대한 금액이 되기도 한다.
모험자들이 가지고 오는 고대왕국의 재보에는 그 정도로 커다란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단 한 번의 모험 성공으로 한평생을 편안히 놀고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모험으로 부와 명성을 얻어서 오판 건국왕 리졀처럼 일국의 왕이
된 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운을 얻는 자는 극히 제한된 모험자뿐.
대부분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트러블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그날그날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번다. 상매와 행운의 신 차 자에게 언젠가는 자기에게도 행
운이 오기를 기도하면서.
가게 안에 있는 네 명은 어느 쪽이냐고 하면 행운이 있는 편 같다. 카운
터에 커다란 주머니를 여러 개 올려놓고 주인인 듯한 중년 남자와 소근거리
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상당히 벌어들이고 있는걸."
주인이 네 명의 젊은이들의 얼굴을 돌아보고서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실력이라는 걸까."
가죽 갑옷(소프트레더)을 입은 키가 작은 소녀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
했다.
"솜씨가 늘었는걸 미렐." 주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도적 길드도 네가 모험자가 되게 한 것이 정답이라는 거군."
"뭐 그럴지도."
미렐이라고 불린 소녀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녀를 열살 때 도적 길드가 사들였다. 어렸을 때는
피부도 까맣고, 애교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
에, 도적 길드는 가게에 팔지도 명가의 양녀로 들여보내는 것도 포기하고
일찍부터 도적 수업을 쌓게 했던 것이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천성인지 미렐은 열네살이 됐을 때에 이미 혼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미렐은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어여쁜 소녀가 되었다.
'너에게는 완전히 속았어.'라며 도적 길드의 두목은 때때로 미렐을 놀린
다. '다른 수업을 시켰더라면 막대한 가격으로 팔 수 있었을 텐데.'라고도.
미렐이 도적 일에서 손을 떼고, 모험자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은 자기가
이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두목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
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모험에 성공하다니."
주인이 커다란 자루를 열고서 그 안에 들어있는 보물을 카운터에 늘어놓
으며 미렐을 흘끗 쳐다본다.
"그러니까 그것이 우리들의 실력인 거예요. 뭐라고 해도..."
"떠들지마 미렐."
계속해서 말을 하려던 미렐을 말린 것은 키가 매우 큰 여전사였다. 플레
이트 메일로 몸을 감싸고, 대검(그레이트 소드)을 짊어지고 있다.
어딘가의 만족(蠻族) 출신인지, 오른쪽 뺨에는 검정색 물감으로 기괴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 갑옷에도 같은 무늬가 여러 개 그려져 있다.
무슨 부적 같은 것일 것이다.
"떠들거나 그러지 않았어."
미렐은 뾰루퉁해져서 자기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여전사를 쏘아보았다.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고 무의식 중에 발돋움해 서 있었다.
여전사는 이제 미렐이 있는 쪽을 돌아보고 있지도 않다.
그것이 미렐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귀엽게 생긴 둥근 얼굴이 새빨갛게 되
었다.
"먼저 트집을 잡아 놓고선 딴청 피우지 마!"
귀가 아플 정도의 새된 목소리로 외친다.
"시끄러워."
여전사는 미렐을 한 번 쳐다보고는 중얼거리는 듯이 말했다.
"시끄럽다니!"
"그만그만 미렐도 지니도 진정하도록 해. 모험에 성공한 거잖아. 오늘 같
은 경우는 들떠있어야지 정상 아니겠어."
그렇게 말하며 주인이 둘 사이의 중재에 나섰다.
지니라는 것이 여전사의 이름일 것이다.
"주인 아저씨가 말하는 대로예요."
또 한 명의 여성이 지니와 미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품위 있는 미소
를 지었다. 키는 두 명의 딱 중간 정도로 가슴에 전신(戰神) 마이리의 문장
이 새겨진 신관의를 입고 있다.
메릿사라는 것이 그녀의 이름이다.
"조금 전의 지니의 태도를 보면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 같군. 이 가게에
서 거래하는 것이 보물만이 아니라는 것도 모두 다 잘 알고 있겠지."
"물론 잘 알고 있어요."
그렇게 대답한 것은 네 명의 모험자 중에 단 한 명의 남자였다.
초록색 로브 위에 소프트 레더를 걸치고 있다. 마술사의 지팡이를 들고
있으므로 한 눈에 마술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술사치고는 훌륭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키로는 여전사 지니
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허리에는 장검(바스타드 소드)을 차고 등에는
장궁(롱 보우)을 메고 있다. 분명히 전사 훈련도 받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마술사를 모험자 동료들 사이에서는 마법전사라고 부르고 있
다.
"리우이..."
놀란 얼굴로 세 명의 여성들이 그를 돌아다 보았다.
"별로 대단치 않은 행운일 뿐이에요. 아직 도굴되지 않은 유적을 발견한
거죠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정보라면 고가로 사지."
"미안해." 리우이라는 이름의 마술사는 단호히 거절했다.
"정보를 파는 것은 우리들이 구석구석까지 다 조사한 뒤야. 우리들은 좀
더 벌 생각이니까."
리우이의 말에 가게 주인은 떫은 표정이 되었다.
"너무 혼자서만 벌면 다른 동료들에게 원한을 살텐데."
"아저씨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별 일 없을 거야. 단골손님끼리 싸
움이라도 벌어진다면 아저씨에게도 커다란 손해일 테니까."
"그건 그렇지만..."
주인은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으로 리우이의 얼굴을 원망스러운 듯이 바라
보았다.
"뭐 상관없겠지. 너희들이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면 반드
시 그 유적이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게. 혹시나 빠트린 게 있지 않을까 하
고 기대하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내가 있는 걸요. 뭘 빠트릴 리가 없잖아요."
미렐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녀석들도 있을 테니까."
주인은 양피지 한 장을 꺼내서 그곳에 숫자를 썼다.
"이 정도면 어때?"
리우이는 그 숫자를 한 번 쳐다보고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잡담을 나누면서도 품물의 견적을 내는 것을 보면, 가게 주인은 역시 상
당한 수완가인 것 같다.
"뭐, 그런 정도겠죠."
"그럼 이걸로 거래는 성립이다. "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쳤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리우이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런데 매번 그런 거지만, 마법의 보물이 하나도 없는 것은 어떻게 된
건가? 일부로 빼놓고 오는 것은 아니겠지. 이 정도의 보물이 잠들어 있던
유적이라면 마법의 보물도 상당히 있을 텐데."
"그런 것과는 연이 없는 거겠죠 뭐.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발견하겠
지."
그리고 리우이가 보석이 가득 든 가죽 주머니를 주인에게서 받아들었다.
"나도 그렇게 되길 기도하지. 가장 돈이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마법의
보물이니까. 마술사 길드나 귀족들이 서로 다투어 가면서까지..."
주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말을 끊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마술사 길드라는 단어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말야. 리우이, 너에게 호출
이 들어와 있다네."
"호출이라고요? 마술사 길드에서."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에 길드에서 사람이 와서 말이지. 마술사 길드의 라벨나 도사
에게 오라는 전언이다."
"라벨나 도사가..."
의외의 이름이었다.
"라벨나님이라고 하면, 그 박물학을 집필하신 여성마술사 말이죠."
메릿사가 리우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래, 오판 마술사 길드 창립 이래의 재녀야."
"그런 여자가 도대체 리우이에게 무슨 용무야!"
미렐이 화난 듯한 목소리로 리우이에게 따지고 들었다.
"모르겠어. 하여튼 용무가 있으니까 불렀겠지. 가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
은데."
"뭐 나쁜 짓이라도 한건 아니겠지?"
주인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성실한 학생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말야. 하여튼 나는 바로 나
가봐야 겠는 걸. 모험 성공의 축배는 유감이지만 나중에 들도록 하지."
리우이는 동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기 짐을 챙겨져 등에 짊어졌
다.
"그럼, 우리들은 언제나의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
여전사 지니가 미렐과 메릿사에게 눈짓을 했다.
둘은 그 신호에 바닥에 놓아둔 자신들의 짐을 주워들었다.
"그럼 잘 있어요."
리우이는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서 모험자 가게의 입구를 기세 좋게 열어
젖혔다.
세 명의 여성들이 서둘러서 그를 뒤따라 나갔다.
가게 주인은 일부러 가게 앞까지 나와서 리우이들을 배웅했다.
그리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주인은 전할 말이 하나 더 있었
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리우이에 대해서 물어본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던 것이다.
여행자 풍의남자로 자기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성실한 남자는 모험자 가게를 찾아오지 않는다. 아마 일을 의뢰하러 왔을
것이다. 리우이들에게 눈독을 들인 것을 보면 상당히 안목이 높은 것 같다.
그들은 아직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모험자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큰 일을 해
낼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은 리우이들이 향한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모습은 골
목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 왔을 때 말하면 되겠지."
주인은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반쯤 벗겨진 머리를 긁으며 가게 안으로 들
어갔다.
-SORIEL
번 호 : 8070
게시자 : 최종근 (SORIEL )
등록일 : 1998-03-04 19:32
제 목 : 검국의 마법전사(3)
검국의 마법전사
마녀의 제자
2
판의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언제나 활기차다.
큰 길의 양쪽에는 여러 가지 상점들이 늘어서있고, 그 얼마 되지 않는 틈
사이에는 노점들이 비집고 들어서 있다.
음유시인들이 그 미성을 한껏 발휘하며 오가는 사람들에게서 은화를 벌고
있다.
밤이 올 때까지 이 활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밤은 밤대로 새로운 활기에 휩싸인다.
큰 길을 곧장 나아가면 왕성이 있고, 마치 그 왕성의 좌우를 지키듯이 오
판 마술사 길드와 전쟁의 신의 신전이 세워져 있다.
오판 건국왕 리졀이 모험자였을 때, 그에게는 두 명의 동료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오판 마술사 길드를 창설한 '위대한' 카웨스이고, 또 한 명은
중원지방의 마이리 신전을 다스리는 대사제 '검(劍)의 공주' 제니이다.
오판 건국도 이 위대한 동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까닭
에 리졀 왕은 그들이 조력해준 것에 보상해주기 위해서 왕성 근처의 두 언
덕에 마술사 길드와 마이리 신전을 세운 것이다.
건국으로부터 20년, 리졀이 늙은 듯이 두 명의 동료도 나이를 먹었다.
'위대한'카웨스는 지금 병으로 침상에 누워있고, 회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
지 않는다. 제니 대사제도 직접 검을 쥐는 일이 없어졌다. 다만 그 신앙심
과 신성마법의 마력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소생의 의식도 매달 네 번
정도를 행해서 사람들의 숭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제니 대사제에게도 한계는 있다. 신이 지정한 수명을 늘리지는 못
하는 것이다.
카웨스 최고도사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 일거라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리우이들 네 명의 모험자는 '유니콘의 뿔정'을 나와서 큰 길을 천천히걷
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호객꾼들이 사람을 모으는 소리에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가게 앞에 죽 늘어놓아져 있는 물건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거리를 걷고 있다.
"설마 들통난 걸까?" 무거운 침묵을 깨고 미렐이 중얼거렸다.
"마술사 길드의 탐색대가 돌아와서 우리들의 일을 보고한 게..."
"안심해." 리우이는 동료들을 안심시키려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가 유적에 들어갔다는 것은 알겠지. 그러나 마술사 길드의 사람들
은 그것이 우리들이 한 짓이라는 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할 거야."
리우이는 라벨나가 발견한 유적 탐색에 마술사 길드에서 조사대가 나간다
는 것을 알고서, 선수를 치자며 동료들을 꾀어낸 것이다.
그리고 리우이들은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마술사 길드의 조사대를 앞질러
서 차례차례로 유적을 돌아다니며 막대한 보물을 손에 넣었다.
그 보물은 지금도 어떤 장소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조금씩 꺼내와서는
은화나 보석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모험자 가게 주인의 의심은 과녁에 훌륭하게 적중한 것이다.
"하지만 라벨나 님은 리우이 님과는 관계가 없는 분 아닌 지요. 그런 분
이 왜 서둘러서 리우이 님을 부르는 것인지..."
메릿사는 신관복 가슴에 새겨진 전쟁의 신의 문장에 살짝 손을 갖다 대었
다.
이 전쟁의 신의 신관전사는 웬만한 일로 표정이 변하지 않지만, 역시 불
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 것이다.
"라벨나 도사님은 카웨스 할아버지의 애제자니까. 아마 병에 걸린 할아버
지를 대신에서 설교라도 할 셈이겠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분명히 그런 걸 거야."
리우이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마술사 길드의 사람을 속이는 것은 매우 간단한일인 것이다.
큰길을 잠시 걷자 그들이 묵고 있는 '침묵하는 양의 정' 앞에 당도했다.
리우이들은 이 여관의 큰방을 하나 전세 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리우이와 메릿사는 각각 마술사 길드와 신전에 방이 있고,
미렐도 도적 길드 옆에 작은 집 하나를 빌려서 살고 있다.
언제나 이 방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여전사 지니뿐이다.
다만, 모험 전후등, 이 방에 모두가 모여서 준비를 하거나, 모험 성공의
축배를 들거나 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여기서 기다리기로 하지."
지니가 그렇게 말하고 아직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미렐과 메릿사를 재촉
하는 듯이 여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리우이는 동료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 그대로 큰길을 계
속 걸어나갔다.
그 앞에는 왕성 시더의 웅장한 모습이 있고, 그 우측에 장엄한 마술사 길
드의 건물이 있었다.
리우이들이 동료가 된 것은 작년 봄의 일이다.
그때로부터 약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우선 지니들 세 명이 서로 동료가 된 뒤에 마지막으로 리우이가 가세했
다.
지니들은 처음에 여성 마술사를 동료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
다.
그러나 여성 마술사는 원래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다가 모험자를 지망하는
여성 마술사라면, 이미 모험자가 된 사람을 빼면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해
도 좋을 것이다.
결국엔 마술사가 아니고 정령사를 동료로 삼으려고 생각을 바꾼 것 같다.
정령사라면 하프 엘프나 엘프 등, 모험자를 꿈꾸는 여성도 적지 않기 때문
이다.
다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리우이가 동료가 된 것이다.
사건이라고 해도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어디든지 있는 그런 평범한 사건이다.
주점에서 그녀들이 포위 당해있는 것을 리우이가 도와줬을 뿐이다.
도와줬다고 해도 그녀들이 곤경에 빠져 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
대다.
그녀들에게 덤벼든 상대를 반은 죽여 논 상황에 리우이가 끼여든 것이다.
그리고 들이닥친 위병들에게서 그녀들을 도망치게 해주고 자신이 대신해
서 잡힌 것이다.
리우이는 카웨스라는 확실한 신분 보증인이 있었으므로 그 다음날에 바로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그 며칠 후, 리우이가 거리를 걷고 있을 때 그녀들이 모습을 나타내서 모
험 동료가 되지 않겠느냐고 제의한 것이다. 전쟁의 신을 섬기는 메릿사가
리우이에게 용사의 자질이 있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미렐도 지니도 그 의견에 이의는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리우이는 거절했지만 그녀들의 의지는 완고했다. 리우이 자신도
모험에는 관심이 있었으므로 결국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때부터
틈이 날 때마다 황야로 모험을 떠났다. 대부분의 모험은 실패로 끝났다. 하
지만 조그마한 성공을 거둘 때도 있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괴물들과 싸우고, 장치돼 있는 함정에 고생하고,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사이에 그녀들에게 묘한 연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모
험이 재밌어진 나머지, 지금은 마술 연구도 내팽개치고 모험에 빠져들게 되
었다.
리우이는 애초에 자신이 마술사에 어울리는 성격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괴물들과 싸울 때에도, 직접 검을 쥐고 싸우는 일이 많다. 그러나 강적을
상대로 할 경우에는 그럴 수도 없다. 세 명의 여성들이 싸우고 있는 것을
마술로 서포트하고 있으면, 자신이 한심해져 보일 때도 있었다.
메릿사가 말했듯이 자신은 전사에 어울리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리우이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모험자는 자신의 천직이라고도...
때때로 마술사 길드를 나와서 자유롭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
직 도사 자격을 얻지 못한 이상 마술사로서 반 사람 몫일 뿐이다.
이대로 마술사 길드를 그만두는 것은 마치 패배자 같아서 별로 재밌지 않
다.
리우이는 조금 더 참자며 자기자신을 채찍질 했다. 리우이는 도사가 되면
오판 마술사 길드를 사직하고 독립할 생각이다. 그리고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아레크라스트 대륙을 순회하는 모험을.
그러기 위해서도 좀더 마술사 길드의 신세를 질 수 밖에 없다.
-SORIEL
번 호 : 8072
게시자 : 최종근 (SORIEL )
등록일 : 1998-03-05 12:26
제 목 : 검국의 마법전사(4)
검국의 마법전사
마녀의 제자
3
방 안을 청백색 마법 빛이 휘황찬란하게 비추고 있다.
아직 낮이므로 창을 열면 밝은 태양 빛이 방안으로 들어올 터이다.
그러나 태양 빛은 양피지를 태우고 값비싼 마법약을 변질시켜 버린다. 그
래서 이 방의 창문은 언제나 닫힌 채 결코 열리는 일이 없다.
옛날에는 그 편이 훨씬 쾌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태양 빛이
그리워 질 때가 있다고 이 방의 주인은 문득 생각했다.
방의 주인은 여성이었다.
라벨나라는 이름이다.
어딘지 모르게 인간답지 않은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러나 소녀 시대
의 그녀를 알고 있는 자에게는 그 눈동자나 별 것 아닌 표정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발견하고 매우 놀랄 것이다. 예전에는 얼음보다 차가운 인상밖에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 까닭에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불렀다.
그 마녀가 지금 떡갈나무로 만든 책상 앞에 앉아서 한 장의 양피지에 눈
을 돌리고 있다.
양피지에 적혀 있는 것은 어제 판으로 돌아온 조사대가 가지고 돌아온 고
대서 리스트였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카웨
스 최고 도사의 부름을 받아, 그에게서 들은 놀라운 사실에 아직도 마음이
사로잡혀 있는 상태였다.
최고 도사 카웨스의 상태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병의 진행 속도는
느리지만 확실히 도사의 신체를 좀먹고 있었다.
젊었을 때 마력(마나)을 너무 많이 사용한 사람만이 걸리는 괴병이다.
고위 마법사(룬 마스터)외의 사람이 이 병에 걸리는 일은 없다.
카웨스 도사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확신했을 때 '리졀을 위해서
주문을 너무 많이 썼구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옆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도사의 생명력이 고갈되어 가는 모습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가슴이 아파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을 정도지만, 라벨나는 끝까
지 간병을 계속할 생각이다.
제니 대사제가 사용하는 어떠한 치유의 주문으로도 회복되지 않았던 병이
다.
병이 나을 가망은 거의 없다.
약초학의 비법으로 조합된 마법약의 힘을 빌려서 간신히 생명을 연장시키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도 라벨나는 도사 곁에 있었다.
카웨스 도사는 마법약의 마력으로 요 며칠간 계속 잠에빠져 있었다. 잠
들어있는 편이 체력 소모가 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트기 전에 눈을 뜬 카웨스는 라벨나의 제지도 듣지 않고, 몇 가
지 일을 지시한 것이다.
그것은 명령이라기보다 유언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이 위대한 마술사는
자신이 죽을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른다.
카웨스의 첫 번째 바람은 그가 죽음으로써 오판 마술사 길드의 최고 도사
의 지위가 폴테스에게 무사히 양도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직인 오판 왕국 궁정마술사에는 라벨나가 취임하도록 요청했다.
라벨나는 처음에 이 요청을 거절하려고 했다.
그녀는 젊은데다가 실적도 없다. 게다가 궁정마술사는 마술사 길드의 최
고 도사가 겸임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국과 마술사 길
드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책일 것이다.
그러나 카웨스는 이 대임을 끝까지 라벨나에게 맡기려 했다.
라벨나는 카웨스 도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그의 답을 듣고서
라벨나는 후회했다.
자신이 이유를 물어보았다는 것을.
그 사실을 들은 이상 발도 빼지 못하고,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곤
란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카웨스는 그의 직제자에 해당하는 어떤 젊은 마술사의 일도 라벨
나에게 맡겼다.
라벨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의뢰를 승낙했다. 궁정마술사라는 중임에
비교하면 제자 한 명 정도, 별 것 아닌 부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커다란 함정이었다.
라벨나는 이 젊은 마술사의 비밀을 듣고서 정신이 아찔해지는 듯 했다.
"모든 것은 너에게 맡기마."
카웨스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잠들었다.
라벨나는 반론조차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로 라벨나는 긴 회상에서 현실 세계로 돌
아왔다.
그리고 나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라벨나 도사님, 정(正)마술사 리우이입니다."
라벨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을 향해 상위고대어의 합언어를 천천히 외
쳤다.
마법으로 굳게 닫혀진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들어오세요."
라벨나는 입구에 서있는 젊은이에게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리우이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라벨나는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말았다. 그리고 '이 사람이 그 분
의.'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젊은이는 마술사 치고는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었다.
키가 크고 가슴도 넓었다. 목 근육은 마치 잘 단련한 전사의 그것과 같았
다.
"어째서 저를 부르셨습니까?"
온몸을 휘감는 듯한 라벨나의 시선에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리우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야기라는 것은 다름아니라."
라벨나는 리우이를 예비 의자로 권하고 자신도 책상 앞에 놓여져 있는 의
자를 돌려놓고 그곳에 앉았다.
그 때책상위에 놓여져 있던 양피지를 손에 들었다.
"카웨스 도사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요. 그
래서 도사님의 전언으로 당신을 제가 맞기로 했습니다."
"라벨나 도사님이 저를 말입니까?"
'어째서 이렇게 여자와 인연이 많을 걸까.'라며 리우이는 속으로 말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영광입니다."
리우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론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카웨스 도사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로 보살펴 줘서 그에게는 마치 할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하다못해 도사의 자격을 얻을 때까지는 카웨스 도사
에게 사사받고 싶은 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게다가 눈 앞에 있는 여성 마술사는 좋지 못한 소문이 많이 들리고 있었
다.
마신과 계약을 했다거나, 감정을 모친의 체내에 놔두고 태어났다거나, 마
녀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소문만 흐르고 있다.
아레크라스트 대륙을 순회하는 여행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고 해서, 리우이 같은 젊은 마술사들에게 라벨나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존재였다.
다만 그녀가 저술한 기행기와 박물학을 보면 뛰어난 판단력과 행동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라벨나가 오판 마술사 길드가 창설
된 이래의 천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열 다섯살 때 이미 정
마술사로 인정받고, 겨우 열 일곱살 때 도사 자격을 얻은 것이다.
확실히 오판 마술사 길드의 역사는 이십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
으로 백년 동안에 그녀를 뛰어넘는 재능을 가진 자가 나타나리라고는 아무
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 두려운 재능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광입니다."
리우이는 그렇게 반복했다.
"좋습니다. 그럼 도사 자격을 얻을 때까지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알겠습니다."
리우이는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바로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라벨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손에 들고 있던 양피지를 리우이에게 건냈다.
"이것은?"
"보시는 대로의 내용입니다. 한달 정도 전에 폴테스 도사님을 대장으로
조사대가 파견된 것은 당신도 알고 있겠죠. 목적은 제가 발견해 낸 고대왕
국의 유적 발굴입니다만."
물론 리우이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조사할 유적을 미리 선수쳐서 도굴해낸 것은 다름 아닌 리우이인
것이다.
"대부분의 유적은 유감이지만 도굴 당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유적에
서 대량의 고대서가 발견되었습니다."
'무의 사막 근처의 유적이군.'이라고 리우이는 생각했다.
물론 리우이도 비밀 문 건너편에 있던 고대왕국 시대의 서고를 발견했다.
그러나 리우이는 마법의 보물이나 고대서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아니 모
든 마술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대왕국 시대의
강력한 마술을 부활시키려는노력은고대왕국의 귀족들이 범한 과오를 또다
시 반복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술은 검의 힘을 도와줄 정도가 딱 좋은 것이다. 리우이 자신도 초일류
의 전사는 되고 싶지만, 마술사는 보통 정도만 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
었다.
그래서 리우이는 자신이 발견해낸 마법의 보물이나 고대서는 모두 어떤
장소에 숨겨두고 있었다. 태우거나 부수지 못하는 것은 역시 그도 마술사
나부랭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의 사막 근처의 유적에 숨겨져 있던 고대서는 막대한 양으로, 도저히
들고 나올수 없었다. 게다가 조사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
고 있었다. 그래서 미렐을 시켜 그 문을 숨겨두기만 하고, 그 유적의 서고
는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것이다.
조사대에 고용된 도적은 미렐이 미리 매수해 두었으므로 그 비밀 문이 발
견될 리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조사대에 운 좋은 사람이 하나 있었던 것 같다.
발견된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오판 마술사 길드라면 그 막대한 고대
서를 해독해서 잘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활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된 책은 금단의 공간에 봉인할 터
이다.
그것이 현자의 왕국 오란에 아직도 건재하는 마술사 길드의 창설자 마나
라이의 가르침인 것이다. 마술사 길드를 연 자는 모두 마나 라이의 가르침
에 충실하다. 그렇지 않은 자는 사숙(私塾)을 열고 마술사 길드와는 결코
교류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판 마술사 길드는 이들 고대서를 해독하고 사본을 제작하는데 총력을
다해야만 합니다."
리우이는 생각에 잠겨 있어서 라벨나의 목소리가 매우 멀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라벨나가 찌를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리우이의 등골에 서늘한 것이 스쳐지나갔다. 사안(邪眼, 이빌 아이)의 소
유자는 아닐까하고 의심할 정도로 강렬한 시선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당신도 이 작업에 참가해 주세요. 특히 당신의 경우,
요 몇 달간 봉사의 의무를 게을리 하고 있으므로 다른 마술사 보다도 많은
양이 할당될 겁니다. 이의는 없겠죠?"
이의는 물론, 있었다. 그러나 라벨나의 말은 명령이고, 그녀의 제자가 된
리우이가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리우이는 잠자코 그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문자 순으로 쓰여진고대서 리스트로 눈을 돌렸다.
보고 있는 것 만으로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모든 마술사가 분담해서 해독한다고 해도 한 달 정도는 가볍게 흘러갈 것
이다. 리우이는 '모험은 잠시 제쳐두어야겠군.'이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리우이는 끈질기게 리스트를 훑어 나갔다. 금단의 서로 평가될 것
같은 책이 몇 갠가 있었다. 마술사 길드는 기뻐하겠지만 리우이는 도저히
기뻐할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정령왕의 봉인법, 명계의 문의 창조, 부여마술의 비법서, 그리고...
리우이는 그 책을 찾으려고 리스트를 훑어나갔다.
그러나 그 책의 제목은 없었다.
'그럴 리가.' 리우이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리스
트를 살펴보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신중히 책 제목을 읽어나갔다. 그래
도 목록 안에 그 책의 제목은 보이지 않았다.
'마력탑 건조의 서'라는 제목은...
리우이는 다시 한 번 똑같은 작업을 반복해 보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변
하지 않았다.
"라벨나 도사님!" 리우이는 고개를 쳐들었다.
"고대왕국의 유적에서 발견된 고대서는 이게 전부입니까?"
"예, 그 리스트에 실려있는 게 전부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라벨나는 이상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아, 아닙니다. 혹시나 귀중한 고대서가 발견되지는 않았나 하고 기대했
었습니다만..."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리우이는 말끝을 흐렸다.
"귀중하지 않은 고대서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세요. 어느 책이나
저술한 사람의 혼이 담겨 있는 것이니까요."
"죄송합니다."
리우이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더 이상 라벨나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쁜 예감이 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마음을 가라앉힐 곳을 찾아서 이 건에 관해 천천히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내일부터 길드에 틀어박혀서 고대서를 해독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우이는 라벨나에게 그렇게 약속하고 황급히 그녀의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해 완만한 호를 그리는 마술사 길드의 복도를 걸어
나갔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리우이의 가슴 속에서 나쁜 예감은 자꾸만 커져
나갔다.
-SORIEL
번 호 : 8086
게시자 : 최종근 (SORIEL )
등록일 : 1998-03-07 20:53
제 목 : 검국의 마법전사(5)
검국의 마법전사
마녀의 제자
4
'침묵하는 양의 정'은 1층이 주점이고 2층부터는 객실이다.
아레크라스트 대륙의 일반적인 여관의 모습이다.
리우이가 마술사 길드에서 돌아오자, 세 명의 동료들은 한 테이블에 앉아
서 침울한 표정으로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리우이는 그녀들이 있는 테이블로 천천히 걸어갔다.
맨 처음에 그를 발견한 것은 미렐이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녀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의자가 넘어지며 매우 큰
소리가 주점 안에 울려 퍼졌다.
미렐은 혀를 내밀고 슬그머니 의자를 일으켜 세웠다.
지니와 메릿사 둘도 깜짝 놀라 문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리우이의 모습을 찾는다.
바로 그녀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리우이는 한 손을 들어올려 그들에게 인
사를 했다.
그리고 동료들이 진을 치고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서 빈 의자에 앉았다.
"걱정했었단 말야."
미렐이 응석부리는 듯한 목소리로 리우이의 팔에 자신의 팔을 휘감았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었잖아."
리우이는 다가온 점원에게 엘을 한 잔 주문했다.
"결국, 어떤 이야기였어?"
미렐이 묻는다.
"예상했던 대로야."
리우이는 점원이 가져온 엘에 가볍게 입을 갖다댄 후 말했다.
"좀 더 열심히 하라고 혼났어. 내일부터 잠시동안 마술사 길드에 틀어박
혀 있어야만 할 것 같아."
"그 일이 들통난 건 아닌 거구나."
안심한 듯이 미렐이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당연하지. 하긴 그것 때문에 신경 쓰이는 일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리우이는 그렇게 말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걸 알아차리고 세 명이 얼굴을 밀착시켰다.
리우이는 마술사 길드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들에게 들려주었다.
라벨나가 자신의 도사가 된 것. 무의 사막 근처의 유적에 있었던 고대왕
국 시대의 서고가 발견된 것. 그리고 그 서고 안에서 가장 귀중하고, 가장
위험한 고대서만이 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
'마력탑 건조의 서'라는 제목의 책이다.
다른 책 제목은 다 잊어버려도 이 이름만큼은 결코 잊어버릴 수 없었다.
잊어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상하군요. 그렇게 귀중한 고대서가, 단 한 권만 사라질 리가 있는 건
지요?"
메릿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숨긴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지니의 말에 리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야. 그리고 고대서를 감춘 인물은 아마 폴테스 도사일 꺼야."
"폴테스라면 다음 마술사 길드의 최고도사잖아. 그런 사람이 도대체 무엇
을 위해서?"
"폴테스 도사가 훔쳤다는 것은 내 감일 뿐이야." 리우이는 미렐에게 미소
를 지어 보였다.
"다만 그 사람은 언제나 마술사의 지위가 낮다는 사실을 한탄하고 있었으
니까. 뛰어난 마술사가 어째서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아부를 해야만 하냐고
말야."
마술사 길드는 학문을 가르치거나, 약초나 공통어 마법의 반지를 팔거나
하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열고 있었다.
"상당히 거만한 남자네."
미렐은 질렸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폴테스 도사뿐만은 아니야. 마술사는 심하건 심하지 않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예외인 것은 차라리 나 같은 인간이야. 여하튼 나는 마법보
다도 검을 좋아하는 이상한 녀석이니까."
"그것이야말로 용사의 자질이에요."
메릿사가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치켜세우지 말라는 듯이 리우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어중간한 마법전사일 뿐이야. 지니와 시합을 해도 세 번에 한 번밖
에 이기지 못해. 마술사라고 해도 아직 도사 자격도 받지 못했고."
"한 달 전은 네 번에 한 번 밖에 이기지 못했잖아. 아마 다음 달에는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이길걸."
지니는 테이블 한 쪽에 세워둔 대검을 탁 치며 그렇게 말했다.
야스가룬 산맥에 사는 만족 출신인 그녀는 부족 제일의 전사라는 것을 긍
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힘에 고집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힘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게 그녀의좋은 점이라고 리우이는 생각했다.
부족을 떠나야만 했던 것은 그녀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만약 남자였다면
족장이 되었을 거라고 한다.
리우이는 아무리 부족의 풍습이라곤 하지만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라면 훌륭한 족장이 되었을 것이다.
남자도 여자도, 마술사도 전사도, 모두 똑같은 인간인데.
"어딘가로 사라진 그 고대서가 그렇게 귀중한 거야?"
미렐이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으로 리우이를 바라보았다.
"귀중하고 매우 위험한 책이야. 예전에 고대왕국의 마술사들은 마력탑 건
설로인하여 끝없는 마력을 얻었던 거야. 그 탑 덕분에 마법문명은 비약적
인 발전을 이루어, 고대의 마술사들은 자신들이 신도 초월했다고 자만하게
되었어. 그래서
- 이전글호주에 기반을 둔 프리서버 ! 16.11.03
- 다음글시티 미용실 이벤트 특가 세일합니다~ 16.11.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