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북한 유학생 “트럼프가 구해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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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북한 유학생 시글리, 외신 기고…”‘반성 안 하면 총살’ 위협”
“인스타에 올린 모형 사진 들이밀며 ‘간첩행위’ 시인 강요”
그는 1일(런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유학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당국에 붙잡혀 9일간 고초를 겪은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시글리가 ‘조선문학 석사과정’ 3학기 과정을 다니던 작년 6월 25일,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에 한 남성이 나타나 자신을 검은색 벤츠 차량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이후 다른 탑승자들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범죄 혐의’들을 읽어내렸다고 시글리는 회고했다.
그는 곧장 신문 시설로 이송돼 9일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방에서 지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신문관들은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그들은 첫날부터 시글리를 ‘적’으로 분명히 규정했다고 한다.
북한에 온 이유를 묻는 말에 시글리가 “북한 소설에 진심으로 관심 있고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답하자, ‘호주인이 그런 동기를 가진 것은 이상하며 아무도 그 논리를 믿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시글리는 이후 매일 자백서를 쓰도록 강요받았으며, 혐의를 부인하면 신문관들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총살될 수 있다”고 윽박질렀다고 묘사했다.
하루는 신문관이 “당신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쌓여 있다. 관대한 대우를 받고 싶다면 자백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시글리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북한군 탱크 ‘모형’의 사진을 들이댔다고 한다. 신문관은 모형 사진 게시가 ‘간첩행위’라는 주장을 폈다.
시글리는 풀려나기 전 “세계 평화 위협”, “북한 주권 침해” 등 혐의를 자백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읽도록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이 내 인권을 존중했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내게 강요했는데, 이런 행위 자체가 내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과문 낭독 모습을 녹화하자 신문관은 나에게 농담을 하는 등 보통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며 “스톡홀름 신드롬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남성이 꽤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놨다.
시글리는 험악한 신문 과정을 털어놓으면서도 북한에서 지내는 동안 접한 주민 대다수는 예의 바르고, 정직하며, 성실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세계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가장 심한 국가이지만, 이런 혐오증은 주민이 아닌 국가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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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computer님의 댓글
ezcomputer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헐... 부카니스탄을 왜가셨나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