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법 “원주민이라면 시민권 없어도 추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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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는 ‘징역 1년 이상 받은 외국인 추방’ 규정…대법 “원주민 혈통은 외국인 아냐”
“원주민 법적으로 인정한 역사적 판결” vs “국민의 새로운 법적 범주 생겨나”
호주 대법원은 지난 11일 재판관 4대3의 의견으로 이같이 판결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혈통이지만 외국 시민권자인 두 남성이 범죄를 저지른 후 호주 비자가 취소되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각각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호주로 이주한 브렌던 톰스와 대니얼 러브는 폭행죄로 징역형을 산 이력이 있다.
이들은 모두 호주 영주권자이며, 부모 중 1명이 호주 사람이고 자녀들은 호주 시민권자다. 다만 본인들은 호주 시민권이 없다.
호주 정부는 징역 1년 형 이상을 받은 외국인은 호주에 거주하면서 일할 수 없다는 법에 따라 이들의 비자를 2018년에 취소했다.
두 남성의 변호인은 애보리진 혈통이 있는 이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애보리진들은 호주 영토와 문화적, 역사적, 정신적으로 특별하게 연결돼있다”며 “이 점은 그들의 전통 법에 중요한 요소이며, 보통법으로도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특성 때문에 애보리진을 법적으로 외국인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호주 원주민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BBC방송은 평가했다.
두 남성의 변호인인 클레어 깁스는 “이번 사건의 의미는 애보리진들의 출생지와는 무관하게 추방으로부터 보호받으리라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호주 정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호주 시민법에 따른 시민도 아니고, 비 시민도 아닌 새로운 법적 범주가 생겨났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현재 호주에서는 애보리진을 포함한 원주민이 전체 인구의 약 3%를 차지한다.
약 4만7천년 간 호주 대륙에서 거주한 애보리진들은 유럽 이민자들이 영토를 지배한 이후 지속적으로 차별받아왔다.
이들은 평균 수명, 문맹률, 취업률 등이 일반 국민과 비교해 떨어지며 헌법에도 이들의 지위가 명시돼있지 않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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