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중국이냐…호주, 줄타기 외교에 골머리 싸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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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소평가” vs “글로벌파워는 미국”…”새 도전 적극대응” 공통인식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호주가 미국과 중국, 세계 양강의 세력변화 조짐을 두고 노선 선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우위를 점하던 역내 힘의 균형이 이동하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외교백서를 지난달 내놓은 뒤 정부의 판단이 적절한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다.
호주 정부가 현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그런 주장이 불안만 키울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다만 중국의 부상으로 호주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으며 안보와 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호주에서 호주-미국 동맹의 견고성과 중국의 의도 등과 관련한 상반된 평가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보 전문가인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전략학 교수는 논문에서 “중국이 도착했고, 미국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호주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호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안보 우방인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호주의 정책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화이트 교수는 “우리는 중국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미국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역내)에서 힘의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전략적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호주 정부의 외교백서를 ‘사라지는 힘(미국)의 흔적에 너무 많이 매달린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호주가 언젠가 핵무기를 갖는 것을 포함해 자위권을 가져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화이트 교수는 “중국이 남태평양의 우방국에 군대를 배치하거나 성장하는 해군력으로 호주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대한 호주의 영유권 주장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외교백서 설명하는 호주 맬컴 턴불 총리(왼쪽)와 줄리 비숍 외교장관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호주 시드니의 로이국제정책연구소의 마이클 풀리러브 박사도 “많은 호주 국민은 미국 대통령이 자유민주적이지도 않고 일관된 행동을 보이지도 않아 자유민주주의 세계 질서가 퇴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 바오후이 홍콩 링난대 국제관계 교수는 “화이트 교수는 역내에서 중국의 성공을 과도하게 본 것 같다”며 “미국이 아시아에서 독점적인 파워가 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시스템을 통해 동아시아를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기와 수단을 모두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 재임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앤드루 시어도 “화이트 교수는 역내 미국의 입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우위를 묵인하고 미국이 철수하고 있다는 판단은 미숙하다”고 반박했다.
시어는 그러면서도 “화이트 교수의 논문은 아시아에서의 급격한 힘의 균형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미국의 더 일관된 대응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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