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인가 뇌물인가…호주재벌, 유력 정치인에 3천300만원 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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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최근 농업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호주 제1의 갑부가 유력 정치인에게 상을 주면서 부상으로 거액의 상금을 제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상을 받은 유력 정치인은 온라인에서 비난이 빗발치고 야당에서도 비판이 거세자 결국 상금을 돌려주겠다고 물러섰다.
23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최대 광산재벌과 함께 농업재벌이라는 별칭도 가진 지나 라인하트는 21일 밤 캔버라에서 열린 한 농업관련 행사에서 바너비 조이스 전 농업장관에게 ‘전국 농업의 날 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농업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기 위한 것으로 올해 처음 마련됐으며, 라인하트는 “우리 산업의 대변자”라며 조이스 전 장관에게 시상했다.
집권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국민당 대표인 조이스는 뉴질랜드 국적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말 하원의원직을 잃었고 부총리 겸 장관직도 내려놓은 인물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농업장관직을 맡아왔던 조이스는 다음 달 2일 보궐선거 출마가 가능해 다시 의원직을 회복할 전망이다.
상을 받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상으로 받은 상금이 무려 4만 호주달러(3천300만 원)에 달해 바로 구설에 올랐다. 시상을 주도한 라인하트는 조이스의 오랜 후원자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가 이번 시상을 정경유착의 사례로 보면서 비난을 쏟아냈고, 야권도 이에 가세했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매우 매우 이상하고 우려되는 일”이라며 “백만장자가 무슨 이유로 현 정부 장관에게 4만 달러의 현금을 선물로 줬는지,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매우 건강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쇼튼 대표 측은 이어 조이스의 지역구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뉴잉글랜드의 연간 중간소득이 3만 달러에 못 미친다는 지난해 인구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녹색당도 정치가 잘못돼 있고, 수도 캔버라에 기부와 선물 문화가 얼마나 일상화했는지는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반부패당국의 조사를 촉구했다.
결국, 조이스 전 장관은 22일 “겸손한 마음으로 상을 받았지만, 특별한 수표를 받고는 매우 놀랐다”며 “상금을 받지 않을 것이고, 상금이 내년도 시상식에 쓰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전날 저녁 상금을 받고는 크게 기뻐하며 “(상금을) 내 농장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대규모 소농장을 잇따라 사들여온 라인하트는 2013년 총선 당시에는 조이스에게 5만 호주달러를 기부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8월 호주 의회에서 자신이 이중국적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후의 바너비 조이스 모습[EPA=연합뉴스]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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