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배우들도 성희롱에 노출…”무대나 TV에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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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여배우인 애나 맥거헌(29)은 러브 신을 촬영하면서 상대 남성 배우의 계속되는 성적인 언급에 고통도 커졌다.
영화와 연극, TV 드라마 등에 출연해온 애나는 “그것은 폭력(assault)은 아니었지만, 희롱(harassment)이었다”며 “분명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감독도 당시 상황을 목격했지만, 작품 완성을 위해 시간이 촉박했던 만큼 그냥 넘어가자는 말을 했다.
애나가 이처럼 성희롱 체험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고 나선 것은 드문 일이지만 호주 여성 연기자들의 그런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 일요판인 선 헤럴드가 5일 보도했다.
실제로 호주 무대 연기자들의 조합인 ‘액터스 에쿼티'(Actors Equity)가 최근 진행 중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는 성희롱과 약자 괴롭히기, 불량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0%가량은 믿을 만한 성희롱 사례를 들었거나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성희롱 사례가 다수 제기됐으며, 배우로부터 불만이 나왔을 때 극단 쪽의 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말한 사람 중 약 40%는 극단 쪽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들 중 60%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조합 측 간부인 조 앵거스는 “구체적인 결과나 적절한 조치가 제대로 없었던 셈”이라며 “30%는 더 사정이 악화했다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 신문이 시드니와 멜버른 등 대도시 주요 극단과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최근 5년간 성희롱 관련 신고 접수 건수를 문의한 결과, 대부분은 매우 적은 수가 신고됐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숫자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앵거스는 조합의 이번 조사가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이 나오기 전에 시작된 것으로, 응답 대상자에 오페라와 뮤지컬 배우를 포함해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용기를 내 체험을 고백한 애나는 산업 전반에 성희롱이 일어나고 있고 뿌리내린 듯하다며 “공연 무대나 TV 양쪽에서 동일하게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애나는 또 와인스틴 스캔들이 불거진 뒤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성희롱에 관해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극단연합회(CAST)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어떤 형태의 성희롱이나 학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스스로 고발하고 나선 용기 있는 사람과 아직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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