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드니=연합뉴스) 김진방 김기성 특파원 = 호주 2대 도시인 멜버른의 두 주요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인종차별적인 벽보들이 발견돼 학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6일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명문 멜버른 대학교 덕 맥도넬 빌딩의 동쪽 현관에 중국어로 “중국인들의 건물 출입을 금지하며, 이를 어기고 안으로 들어가면 강제 추방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문이 붙었다.
대학 측은 벽보를 바로 철거한 뒤 경찰에 CCTV를 제출하며 수사를 요구했다.
대학 측은 성명에서 “이처럼 증오와 옹졸함을 드러낸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들 벽보가 학교와 관계있는 누군가에 의해 제작돼 붙여졌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이 대학 학생인 리사 루는 소셜미디어에서 “새 학기 첫날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으며 설사 장난이라 하더라도 전혀 유쾌하지 않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멜버른의 모나시 대학에서도 같은 내용의 벽보들이 발견됐다.
벽보의 우측 상단과 하단에는 해당 학교 마크와 중국 유학생회 로고가 인쇄돼 있지만, 학교 측이나 중국 유학생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나시 대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캠퍼스에서 공격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증오가 가득한 벽보들을 발견했다”며 벽보를 바로 떼어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회수한 벽보가 모두 23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학 학생회 측은 자신들의 허가 없이 벽보에 로고가 붙었다며 백인이 아닌 사람을 조롱하는 단체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벽보 부착 소식이 웨이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중국 언론에도 보도되자 누리꾼들이 발끈했고 중국 당국도 나섰다.
중국 누리꾼들은 “명백한 악의적인 범죄 행위다”, “의도적으로 중국 유학생회를 가장해 인종차별적인 경고문을 퍼뜨렸다.”, “경고문을 보는 순간 호주에 있는 친구의 안전이 걱정됐다.” 등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중국 외교부도 “중국 유학생과 국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불만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호주 당국이 중국 유학생의 안전과 합법적인 권리를 철저히 보호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지난 4월에도 멜버른대학과 모나시 대학을 포함한 주요 대학 5곳에서 홀로코스트(대학살)를 부정하는 등 반유대주의를 고취하는 내용의 포스터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또 최근에는 시드니에서 유명 무슬림 방송인들과 정치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포스터가 곳곳에 붙여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호주 대학가에 등장한 중국인 유학생 출입 금지 경고문 [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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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2017/07/26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