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수 없다” 호주 동성결혼 투표 앞두고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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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를 놓고 유권자 상대의 우편투표가 조만간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찬반세력 활동에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부터 TV 및 온라인 광고전이 뜨거워지면서 일부에서 협박을 받았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등 자칫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되고 있다.
동성결혼 반대쪽 첫 TV 광고 주자로 나선 시드니의 여성 의사 판시 라이는 찬성 진영의 집중 표적이 됐고 심지어 신체적 위해를 예고하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호주 언론은 4일 보도했다.
중국계인 라이는 동성결혼 찬성 운동단체인 ‘겟업!'(GetUp!) 측으로부터 의사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의 대상이 됐다. 라이가 의료 윤리와 함께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으며, 동성애자에 대한 공정한 치료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청원운동이 시작된 지 5일 만에 5천 명 이상이 지지를 표시했다.
또 라이에게는 “병원으로 찾아가겠다”는 등 전화나 소셜미디어상으로 협박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이번 주에 총을 맞게 될 것”이라고 수위 높은 협박에 대해서는 경찰에 신고했다.
라이는 “부모로서 내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해주고 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말했다.
동성결혼 반대 측은 이같은 행동이 “다른 의사에게 라이처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결혼 찬성 측은 의사 등록 취소 요구가 “협박 형태는 아니다”라며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박했으나, 논란이 커지자 청원운동 페이지를 삭제했다.
양 측의 신경전은 이번 주 연방 대법원의 우편투표 허용 여부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동성결혼 옹호단체 측은 우편투표로 국민 의견을 물은 뒤 그 결과에 따라 의원들의 자유투표로 결정하자는 연방 정부 안이 “동성애자와 가족에 대한 혐오감을 부채질해 국민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편투표의 취소를 대법원에 요구했다.
또 3일 ‘아버지의 날’을 맞아서는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이유로 공중파의 광고마저 금지됐다.
의회가 이번 주 다시 문을 열면 이번 논쟁은 더 가열되고,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 내 찬반세력 간 갈등도 심화할 전망이다.
이번 우편투표는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오는 12일부터 11월 7일까지 약 2개월간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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