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濠 등 서방 5개국, 中 ‘학문자유 위협’에 공동대응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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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중국 정부의 간섭으로 학문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호주 등 서방 5개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은 자국 내 대학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이 날로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호주 ABC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이들 나라 모두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는 정보협력체 아래 있는데, 뜻이 맞을 경우 중국 유학생이 급증하는 영어권 국가들로서 대학들의 학문 자유 보호를 위해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지금까지 공식 제안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호주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방송은 고위 안보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호주 대학 사회에서는 최근 수개월 간 교수들의 교재를 둘러싸고 중국 유학생들이 영토 표기가 잘못됐다거나 중국 관리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중국 당국도 개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학 측은 문제 확산을 꺼리며 대체로 항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매듭짓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학과 학계 등 호주 사회 내 반발도 커가고 있다.
결국, 호주 외교통상부의 프랜시스 애덤슨 차관은 지난주 애들레이드대학 공자학원 행사에 참석해 호주대학들을 향해 외국 당국의 간섭에 저항할 것을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애덤슨 차관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침묵시키려는 것은 호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중국 당국을 향해서도 현재와 같은 움직임을 강화하면 엄격한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덤슨 차관의 발언 뒤 호주 정부관리들과 외교가에서는 공감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번에 공동대응 움직임에 나선 나라들은 중국 유학생 수가 급증하는 만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덩달아 중국 유학생과 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30만 명 이상의 중국 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10년 전보다 5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덩달아 중국인 학생과 학자단체들은 캠퍼스 내에서 중국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조직들에 입막음을 시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영국의 경우 지난 8월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가 계간 정통학술지 ‘차이나 쿼털리'(The China Quarterly) 사이트에서 중국에 비판적인 300편의 논문과 서평 등을 중국 내에서 볼 수 없도록 차단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자료 차단은 중국 검열기관의 요구로 이뤄졌으나, 중국 당국이 외국 학술지까지 검열한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출판부 측은 본래대로 회복시켰다.
이밖에 ‘파이브 아이스’ 중 가장 작은 나라인 뉴질랜드도 커가는 중국의 영향으로 호주와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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