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판 게시물에 ‘좋아요’ 안 돼” 호주, 공무원 SNS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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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연방정부가 공무원 개인들의 소셜미디어상에서 정부와 정책을 비난하는 행위나 사실상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치는 행위에 대해 철저한 단속에 나섰다.
반정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개인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이메일을 보내는 행위, 또한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는 행위조차 처벌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다.
[출처: 호주공공서비스부(APS) 홈페이지]
호주 연방정부는 공무원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부를 비난하는 행위를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행동지침을 마련, 7일부터 시행한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이 문서를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소셜미디어상의 반정부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집에서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정부에 부정적인 글을 이메일로 보낼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반정부 게시물에 “좋아요”를 표시하거나 이를 공유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해당 공무원이 그 게시물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이메일을 보냈을 경우 친구가 이를 캡처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다른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또 공무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다른 사람의 “고약한(nasty)” 글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공무원 행동지침 위반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익명이나 가명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호주의 내무부 격인 호주공공서비스부(APS)의 존 로이드 장관은 “공무원이 익명 혹은 가명을 이용해 불쾌한 게시물을 올려놓고 있다”며 “이는 절도범이 얼굴을 거의 모두 가린 복면을 썼기 때문에 기소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로이드 장관은 또 “관습법으로는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 권리가 인정되지만, 이 권리는 공공서비스법에 따라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공무원들의 공개적인 언급이나 소셜미디어 이용을 막을 의도는 없고 다만 말을 꺼내기에 앞서 미리 참작할 필요가 있는 리스크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 측은 도를 넘는 조치라며 비판했다.
공공노조 사무국장인 네이딘 플러드는 “개인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 글에 ‘좋아요’를 하는 것과 같은 행위조차 징계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비합리적”이라고 반발했다.
플러드는 또 “제한이 필요한 면도 있지만, 이 정책은 도를 넘었다”며 “동성애자 아들을 둔 공무원 엄마가 두려움 없이 동성결혼 찬성 게시물에 ‘좋아요’를 할 수 없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주장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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