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버스킹 공연으로 ‘가야금 선율’ 전하는 김민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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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줄 향연’에 현지인들 매료…”몰랐던 가야금 매력 발견”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호주 시드니의 관광명소인 달링하버 입구에서 매주 금, 토, 일요일 오후 2시간씩 길거리 공연(버스킹)을 하며 가야금 선율을 선사하는 김민정(여·28) 씨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 10일(현지시간)에도 그는 어김없이 달링하버로 나가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 보사노바의 요정 올리비아가 불러 유명해진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많은 가수에 의해 수없이 커버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 귀에 익은 팝송을 들려주며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팝송 연주는 우리 가락인 ‘아리랑’, ‘뱃노래’, ‘도라지’ 등을 가야금으로 뜯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지는지 알리기 위해 미리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날 2시간 동안 ’12줄의 가야금 향연’을 마친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사람들이 신기한 듯 가야금을 만져보거나 줄을 뜯어보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갈수록 가야금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공연 소감을 털어놨다.
그런 관객들에게 그는 ‘도레미파∼’ 연주를 통해 가야금의 신비한 소리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가야금의 역사와 우리 선조들이 이어온 멋과 품격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가야금은 기쁠 때나 슬플 때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였고 그 선율에는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지난 7월부터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월∼목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워홀러이다.
그의 가야금 버스킹은 오디션을 통해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지난해 5월 6일 브리즈번에서 시작됐다.
“브리즈번에서 버스킹을 허거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해요. 1년에 3차례(2월, 4월, 10월)밖에 오디션을 진행하지 않는데, 저는 4월 경연에 참가해 182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습니다.”
추계예술대와 한국교원대 대학원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그가 버스킹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또 어떤 연주가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고민을 풀어보는 동시에 가야금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한 연주자가 되기 위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는 것이다.
“브리즈번에서는 1년 7개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이 연주 했어요.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주하고 싶으면 언제든 퀸 스트리트로 나갔어요. 반응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고요. 앉아서 또는 서서 공연을 지켜보는가 하면 다음에 언제 공연하냐고 묻고 그 시간에 다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연주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동안 점차 정체성을 찾게 됐고 이제는 자신만의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어린 시절부터 시달려 온 무대 공포증도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호주인들에게 가야금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사람들은 제 연주를 듣고는 ‘너의 연주가 나를 따뜻하게 했다’, ‘오늘 하루가 너의 연주로 인해 행복하다’고 말해줬어요. 꽃과 화분을 선물하기도 했고요. 그런 과정에서 그동안 저도 몰랐던 가야금의 매력을 발견했답니다.”
그는 브리즈번 한글학교와 킹 조지 스퀘어, 시드니 한국문화와 전시회 오프닝, 시드니시 주최 ‘한국·호주 국기게양식’ 등 실내무대에도 올랐다. 호주에 사는 한인 2세들을 위해 연주했고, ‘한국 문화 페스티벌’ 공연에도 초청받았다.
내년 초 귀국할 예정인 그는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버스킹을 하며 호주인들에게 가야금 선율을 들려줄 생각이다.
“버스킹은 제게 있어 음악을 다듬어 가는 과정이며, 저만의 향기가 밴 선율을 찾아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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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버스킹하는 김민정씨 호주 아이가 가야금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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