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화교 구애경쟁…접전지역 당락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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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출세 막는 ‘대나무 천정’ 뚫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18일 실시되는 연방 총선을 앞두고 호주의 각 정당들이 화교를 향한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구 5천만 남짓인 호주의 화교 인구는 해마다 늘어 현재 약 120만명에 이른다. 이민자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화교표의 향배가 당락을 좌우한다. 멜버른에서는 사실상 ‘화교끼리’ 대결하는 선거구도 나오고 있다.
최대 야당인 노동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아침 멜버른 하원 티즘선거구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마작을 즐기고 있는 화교 노인들을 상대로 “정권을 잡으면 이 지역에 화교용 고령자 복지시설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당의 공약발표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것.
이 선거구에 출마한 제니퍼 양(42)이 “화교 고령자들이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노동당 간부의 말을 중국어로 통역하자 화교 고령자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대만 출신인 양은 현지 시의회 의원과 시장을 거쳐 하원의원에 도전했다.
노동당이 유세 일정을 현지 중국어 언론에 발표한 탓인지 취재진에도 화교가 많았다. 양은 공약발표 후 “내가 이 지역에 오래 살아 공중위생과 교육 등 지역현안을 잘아는 화교를 대변할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당인 자유당 후보로 출마한 여성 그라디스 류(55)도 사전투표소 앞에서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며 매일 유세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야당인 노동당이 현지 주민센터에서 유세를 벌인 8일 낮에도 “자유당 후보 그라디스”라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선거구에는 9명이 출마했지만 사실상 양과 류의 양자 대결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이 참가한 지난달 14일 공개토론회에서는 영어와 중국어가 난무하는 설전이 벌어졌다.
이 선거구에는 한자로 표기된 상점 간판이 즐비하다. 2016년 국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선거구 주민 16만4천명 중 화교인구가 4만1천명으로 20% 정도를 점한다. 양과 류 중 누가 당선되든 호주 첫 화교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류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13일 아사히(朝日)신문 르포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도 두 사람의 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하이(上海) 출신으로 신문 판매점을 운영하는 카트리느루(45)는 “우리의 목소리를 정치에 전달할 수 있다”며 반겼다. 사전투표를 하러온 백인 그라함 바운드(70)도 “두 사람 모두 호주 국민”이라면서 “아시아계 주민이 많은 지역이니 그들의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 호주 국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비유럽계’ 인구는 21%다. 그러나 상하 양원의 비유럽계 의원 비율은 6%에 불과하다. 호주에 아시아계의 출세를 가로막는다는 의미의 “죽(竹)의 천정”이 정계에도 존재한다. 하원 티즘 선거구는 이 죽의 천장에 구멍을 뚫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호주에는 유럽계가 다수인 선거구가 대부분이어서 비유럽계는 각 정당의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각 정당은 후보자가 유럽계인 선거구에서도 비유럽계의 주요 유권자인 화교의 지지를 얻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접전지역일수록 화교표가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자유당 당수 모리슨입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2월부터 화교들이 많이 이용하는 무료통신 웨이신(微信·위챗)에서 중국어로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야당인 노동당 빌 쇼틴 당수도 3월 위챗에 질문 접수창구를 마련, 중국어로 답변하고 있다. 이달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케빈 루드 전 총리가 중국어로 정책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위챗에 투고했다.
그러나 위챗을 이용한 정치인들의 화교표 구애경쟁에 대해서는 안보전문가들로부터 “위챗은 중국 당국이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계정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벤 줄리에 맥쿼리대학 교수)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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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mDesign님의 댓글
CromDesign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감사합니다 ㅎㅎ 좋은하루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