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올해 국적포기자 벌써 3만명…현 정부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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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올해 들어 한국국적 포기자가 10월까지 3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 정부 실책 탓에 따른 결과가 아니겠냐는 지적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 소상공인들의 깊어가는 한숨,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체감경기 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나타내지만, 최근 통계만 보고 이런 현실이 국적포기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국적포기자 증가와 관련한 논란은 최근 일부 언론이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국적을 상실한 사람이 2만3천791명, 국적을 이탈한 사람이 6천493명으로 총 3만284명이 국적을 잃었다”고 한 보도에서 시작했다.
법무부 자료를 볼 때 해당 보도에서 나온 숫자는 일단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매달 공표하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를 보면 올해 1∼10월 국적 상실자는 2만3천791명, 국적이탈자는 6천478명으로, 총합 3만269명이 한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한국 국적에서 이탈했다. 약간의 숫자 차이는 있지만 무시할 만하다.
국적 상실은 외국 국적을 자진 취득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이 사라지는 경우고, 국적 이탈은 외국에서 태어나 선천적으로 복수 국적인 사람이 외국 국적을 선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문제는 해석이다. 통계 수치가 늘어난 원인을 살펴보면 보면 국적 상실·이탈자의 급증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어진다.
국적 상실자 증가 배경에 대한 법무부 설명을 들어보면 “관련 통계를 외국국적 취득일이 아닌 한국국적 상실일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있는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 외국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한국국적 상실 처리가 많이 이뤄졌다”고 한다.
해외이민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실제로 올해 늘어난 것이 아니고 단지 행정상 ‘국적상실 처리’가 늘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관계 법령상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을 바로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국이 한국정부에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아니므로,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한국정부로서는 국적 상실 처리를 할 수 없게 된다.
국적은 5년 전 상실한 사람이라 해도 통계는 정부가 이를 행정적으로 처리한 시점에야 집계된다는 것이다.
해외 공관에 외국 국적 취득 신고를 하더라도 곧바로 행정처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접수 후에도 서류 이관 등으로 처리가 밀리다 보니 적어도 몇달 이상씩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는 선거인명부 작성을 위해 관공서들이 그동안 밀린 ‘국적상실 처리’ 작업을 몰아서 하기 시작한다. 선거권이 없는 국적 상실자에게 선거권을 줘선 안 되기 때문이다.
통계월보에 나타난 국적상실자 수치는 이 때문에 주요 선거가 있는 해에 크게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대선이 있었던 2016년은 1∼10월 중 국적 상실자가 3만1천723명으로 올해보다 더 많았다.
국적이탈자의 경우는 올해 증가 원인이 다소 특별하다. 국적 이탈자 수는 연간 1천명 안팎이었다가 2017년 1천905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10월까지만 6천478명이 이탈자로 집계됐다.
법무부는 “병역의무 미이행 남성의 재외동포 자격요건을 강화한 재외동포법이 5월 시행됐고, 그동안 인력부족으로 처리가 미뤄졌던 업무를 집중해 처리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외국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가 병역의무 이행 없이 18세가 넘어 한국 국적에서 이탈하면 40살까지 재외동포 비자(F-4) 자격을 주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군대에 가지 않은 이중국적 남성이 올해 5월 이후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5월 이전에 포기하는 것보다 체류자격에서 불이익을 받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법무부에는 1∼2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이중국적자들의 한국 국적 포기 신청이 몰렸다.
하지만 법무부에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자가 불과 1명에 불과해 국적이탈 처리 업무가 상당히 지연됐다고 한다.
결국 법 시행 전인 5월 이전에 국적이탈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올해 1∼4월 지원팀을 구성하고 집중적으로 국적이탈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탈자가 평소보다 6배 이상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 것이다.
체감 경기가 갈수록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때문에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이 올해 들어 늘어났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항변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적상실자는 최소 5년 전 해당국 시민권을 신청한 경우가 많다”며 “일각의 지적과는 달리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국적포기자 수 증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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