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먼저” 각국 항공사, 대만을 中 일부로 표기…美 버티기
페이지 정보
본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세계 각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날로 커가는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 당국의 압박에 밀려 대만을 중국 자치주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항공사들은 아직 중국 당국의 요구를 따르고 있지 않지만, 항공사들의 공동대응이 이미 무너진 만큼 결국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달 25일 미국을 비롯한 36개의 외국 주요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및 홍보 자료상의 표현들을 한 달 내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에어캐나다와 영국항공(British Airways), 루프트한자를 포함한 20개 주요 항공사는 현재 자사 웹사이트에 대만을 중국의 자치령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을 포함한 미국 항공사들과 호주 국적항공사인 콴타스는 아직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요구가 나온 직후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전체주의적 난센스'(Orwellian nonsense)라며 ‘정치적 교정'(political correctness)을 강요하려는 기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아직 표기를 바꾸지 않은 항공사들로서는 중국 당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3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새로운 국제규범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으로서도 이미 단일대오로 저항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뾰족한 방법이 없다.
미국과 호주 항공사들은 중국의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많은 항공사가 물러선 만큼 베이징에 저항하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우드로윌슨국제센터 내 키신저중미연구소 소장인 로버트 데일리는 “그들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결정한다면 중국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영국 노팅엄대 중국정책연구소의 J. 마이클 콜 선임연구원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끔찍한 기록을 가진 ‘수정주의 정권'(revisionist regime)에 말하고 쓰는 것을 강제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제어되지 않으면 중국의 요구가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 1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델타항공, 의류 브랜드 자라는 대만이나 티베트를 국가로 표기한 문제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지난달에도 미국 의류업체 갭(Gap)은 중국 지도가 새겨진 티셔츠를 팔다가 지도에 대만이 빠졌다는 이유로 공식으로 사과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규제 리스크 전문가 칼리 램지는 “간단히 ‘노'(No)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며 “중국 안에서 혹은 중국과 사업하려면 불이행(non-compliance)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적항공사 에어차이나는 자신들의 미국 웹사이트에서는 대만 타이베이를 중국의 일부로 보고 ‘대만, 중국'(Taiwan, China)으로 표기했으나, 대만 웹사이트에서는 ‘타이베이, 대만'(Taipei, Taiwan)으로 표기했다고 AP는 전했다.
cool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이전글日 쇠고기 17년만에 호주로 다시 수출된다 18.05.30
- 다음글지난 토요일 NAB 시스템 다운으로 피해를 받았다면 보상 받을 수 있다. 1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