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선택 104세 과학자 “생 마감때 베토벤 교향곡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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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한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104) 박사가 9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 도착했다.
그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피해 이달 2일 스위스로 출발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안락사)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생태학자인 구달은 최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질병은 없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 같다며 104세라는 나이에 이르게 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바젤에 있는 ‘이터널 스피릿’이라는 기관에서 10일 정오께 스스로 생을 마감할 예정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9일 바젤의 한 호텔에서 10여 명의 취재진을 맞은 구달 박사는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내일 생을 마칠 기회를 얻게 돼 행복하다. 의료진의 도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는 등 마지막을 앞둔 사람의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음악을 선택하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고르라고 한다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마지막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주에서 삶을 마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질 않았다. 호주가 스위스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달 박사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호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안락사 입법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이유 불문하고 노인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도구로 내가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오랜 기간 조력자살을 원한다는 의향을 밝히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터널 스피릿 설립자인 모리츠 갈은 취재진에 “마지막 순간 마음이 바뀌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말했지만 구달 박사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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