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원, 무슬림에 ‘최종적 해결’…나치학살 용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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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나치의 유대인 학살 용어를 동원해 무슬림에 대한 이민규제를 강조한 한 호주 상원의원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15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프레이저 애닝 호주 연방 상원의원은 전날 자신의 첫 의회 연설에서 무슬림의 이주를 금지하자고 촉구하며 “그 이민문제의 ‘최종적 해결'(the final solution)은 국민투표”라고 말했다.
독일 나치는 유럽에 거주하는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적 해결’이라며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하는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다.
최종적 해결은 그 때문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집단살육, 민족말살 등 매우 잔혹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경악한 호주 의원들은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을 이유로 애닝 의원을 불신임하는 안을 초당적으로 가결했다.
이들은 ‘최종적 해결’이라는 말을 따로 지목해 비판했다. 애닝 의원이 무슬림 호주인들과 다른 이민자 집단에 대해 그릇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애닝 의원이 홀로코스트로 살해된 이들에 대한 기억을 충격적으로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애닝 의원은 ‘최종적 해결’이 홀로코스트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자신은 호주 유대인들을 옹호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는 “사과하지 않고 내가 말하는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슬림 모독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애닝 의원은 이슬람을 배척하는 정당인 ‘원내이션’ 출신으로 백호주의(白濠主義) 정책의 부활을 요구한 적이 있다.
백호주의 정책은 백인들만을 위한 호주를 지향하는 이민규제다. 호주는 1901년부터 1960년대까지 이 관념에 따라 비유럽인들, 특히 아시아인들의 이주를 제한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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